가을을 알리는 비였나요.. 시원한 아침과 맑은 하늘을 봅니다... 그렇게 가을이 오길 고대했는데 왜 기쁘지 않을까요.. 왜 저의 머리가 무거워야합니까.. 이번 여름은 여느 여름과는 달랐습니다.. 봄에 생명이 탄생하듯 내게 새로운 설렘이 오더니, 여름엔 그 설렘이 커지고 자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날 기다린 것은 태풍이었습니다.. 제게 그 여름의 의미가 태풍을 이겨내는 것이었나요.. 그럼 가을은 제게 어떤 의미입니까.. 결국 겨울은 저에게 늘 같던 시려운 날이 되는 겁니까.. 겨울을 좋아했지만, 내게 차가움을 주는 겨울을 좋아했지만, 추억이 있었는데, 이번 겨울은 저에게 무엇이 있나요..

나아지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은 제게, 아픈걸 싫어한 나에게, 다시는 그런 겨울이 싫다는 나에게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닌 그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하게 했습니다.. 난 아파도 좋으니 그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기도하게 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깨닫게 하려 했습니까.. 지금 저에게 남겨진 것이 사랑인가요.... 아뇨.. 아뇨.. 사람에게서 받은 기쁨은 그것이 다시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랑 그 자체의 아픔을 배웠습니다..

다른 희망으로 보아야합니까.. 제게 적당한 연단이었습니까.. 제게 더 좋은 것을 주시렵니까.. 저는 믿고 그렇게 그 희망에 설레야 하나요.. 아픔을 설렘으로 바꾸고, 눈물을 희망의 빛으로 바꾸어야 합니까.. 지금 제가 그러길 원하시나요.. 저는 더 아프고 싶습니다.. 위로해달라고 하나님께 원망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가는 길을 아시고 예비하심을 알고 있으나 저는 너무나 나약한 인간입니다.. 나의 가는 길을 내가 모르오니 내게 닥쳐진 아픔이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라디오에 자기이름이 나오길 기대하던 학생시절처럼 조심스레 내 맘의 엽서를 그 사람에게 보내 보았습니다.. 라디오에서 내 이름이 나오질 않았고, 난 실망하면서도 다시 엽서를 그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라디오에선 내 이름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마음은 들켜버렸기에 짝사랑의 순수함은 잃어버리고 외사랑의 아픔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 된건가요.. 이제 그 아픔의 근원이 내게서 멀어졌으니.. 아니요.. 마음에 무겁게 자리잡던 돌덩이를 치워도 그 자리엔 자국이 남게 되고, 그 자국에 무얼 채워도 그 흔적은 남는다는 걸 전 압니다.. 네.. 그렇죠.. 시간이 흐르면 그 흔적도 아련한 기억이 되겠죠.. 하지만 얼마나 흘러야 하나요.. 시작도 못한 외사랑을....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바람냄새가 나고 비가 지나간 자리엔 비냄새가 나지요.. 따뜻한 햇볕이 지나간 자리엔 햇볕냄새가 나겠지요... 제 맘속에 있는 이것들이 지나가면 무슨냄새가 날까요.. 추억이라는 냄새가 날까요.. 같이 한 시간이었지만 각자 다른 의미의 시간이었는데, 추억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랑이 축복이라면, 그 아픔도 축복인가요..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러면, 왜 저는 감사하지 못 합니까.. 왜 감사가 입에서 나오질 않고 한숨만 나와야 합니까.. 제가 잘못한 건가요.. 인간이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인간의 사랑의 속성을 하나님은 아실진대, 그렇게 가혹한 양심을 주시나요..

아직도 그 기쁨이 내 맘속에서 맴돌고 있기에, 그 아픔 속에서 자신도 모를 설렘에 상기되어.... 공허만이 돌아올 거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그 사람은 날 받아들이지 않지만, 난 그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하나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다 했으나 저는 용기를 잃어가고 내 자신에게 해 줄 말이 없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날 즐기고 있을 때 난 나에게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는데..

카페에서 나던 헤즐럿 향이 나를 깨우면 엄습할 그 무엇에도 나 자신을 버리지 않게 해주소서.. 그 사람에게 향했던 마음이 원망이 되질 않게 해주소서...

타인의 아픔이 내 아픔은 아니듯, 내 아픔이 또한 그 사람의 아픔이 되지 않게 해주소서..

파란하늘, 가을하늘 같은 이런 날에 그 사람과 같이 한 적이 없는데, 왜 이리 그리운가요..

하늘 가득히 그대를 채우고.. 내 눈은 눈물로 채우고....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