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채규판

꼭 마주쳐야 한다는 생각은 갖지 못한다.
무엇이든 나꿔채야 한다고
주문을 외워대지만
단 한번도 이루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잎을 따라 진다.
생각 같아서는 넓직한 길이 있고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고
빼끔하게 보이는
한 뼘의 하늘이 걸치고
그랬으면 훨씬 수월한 걸음일 텐데
달빛도 없고
바람기나 사람 기척도 없는
그런 나들이는 쓸쓸하게 마련이다.
어느쪽으로 걷던지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해죽거리는 풀섶을 떠올리지만
글쎄 찾아질 것 같지가 않아서
일기가 스산하다
누구를 기다린다던가

저만큼 다가오고 있는 지저분한 소리들을
일어 내면서
웃어본다던가 하던지
무심결에 떨쿠어버린 생각의 끝자락에
한 줄기 빛이 오르고 있다.
蘭의 그 파란 이파리를 건드리듯이
사슴의 눈속에 박혀 허우적대는
아픔이듯이
쌓이고 감기는 참 소중한 것들은 무엇일까.
그게 무엇일까 다그치면서
한바탕 꿈을 꾸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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