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소유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건 대사와 여덟 명의 부인 뿐이 아니었다.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취미궁도,방금 전까지 술잔을 기울이던
아름다운 누각도 금술잔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기는 다만 작은 암자의 차가운 마룻바닥에 던져져 있을 뿐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소유는 탄식을 하며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차가운 마룻바닥에는 불꺼진 향로만 놓여 있을 뿐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서편으로 기운 달빛만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아아!"
소유는 울부짖으며 자기의 머리를 만졌다.
갓 깎은 듯한 까칠까칠한 맨머리만 만져졌다.
"이럴 수가!"
깜짝 놀라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 본 소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후줄근한 승복을 걸치고 손에는 백팔염주를 건
영락없는 스님의 모습인 자기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상하구나! 내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단 말이냐!
게다가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가?"
소유는 울부짖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아,그렇구나! 형산의 연화봉......! 육관대사의 가르침을 받던 성진......
내가 바로 그 성진이로구나!
육관대사의 꾸지람을 듣고 염라대왕에게 끌려갔다가
다시 인간 세상에서 태어나 양 처사네 아들이 되었었지!
그러다가 장원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르고 두 공주와 여섯 낭자와 더불어
가무와 거문고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던 것,그 모든 것이......
아아,모두 하룻밤의 꿈에 지나지 않았구나!"
소유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서 꿈 속의 일을 떠올렸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 구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