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33살 남자이야기

오늘도 구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여자가 내 앞에서 재잘거린다.
연예인 누구누구가 결혼했다느니, 옷이 없다느니,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고 대학 생활이 따분하다고 한숨을 쉰다.
"아저씨는 좋아하는 여자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아니 내가 좋아했던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나의 가장 슬프고 아름다웠던 3번의 사랑....

첫 번째 사랑(7일간의 사랑)

1일.
그날도 구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있었다.
운전면허도 배워야 하고,독서도 해야 하고,운동,여행...
너무나 할 것이 많았다.
나는 오늘도 그것을 생각하면서 한강 고수부지를 걷고 있었다.
햇살을 따스했고 바람은 서늘하였다.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소녀이 다가왔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그 소녀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측근하기보다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니 너무나 경건해서
그 소녀에게 손수건을 건네 주었다.
그 소녀의 눈망울은 너무나 초롱초롱했고 나를 보고 살며시 웃는 미소는 너무나
상끗하였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나를 들뜨게 한 것은 내가 내민 손수건을 살며시 건네 받은
그 소녀의 손이었다.
그 손은 너무나 "작고 예쁜 손"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2일.
우리는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을 받으며 걸고 있었다.
보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느끼면서...
시간이 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세상이 풍만한 것은 처음 느낀다.
그 소녀는 천주교 신자였다.
이 세상에서 성모 마리아를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우울해진다.

3일.
그 소녀와 놀이 동산에 갔다.
많은 사람들,많은 색깔들,많은 소리들...
그 소녀의 "작고 예쁜 손"은 너무나 포근했고 촉촉하였다.

4일
온 종일 통화만 했다.
살아가는 이야기, 사랑이야기.
나는 그 소녀와 통화하면서 그 소녀의 "작고 예쁜 손"을 생각하였다.

5일
성당에 갔다.
그 소녀는 의자에 안아 기도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아니 신비스러운 그 소녀의 모습을 보고
아니 그 "작고 예쁜손"을 보면서 마음이 평온했다.
그 소녀는 나를 보고 웃었다.,약간은 슬퍼보였다.
나는 옆자리에 앉았다.
그 소녀는 하나님을 사랑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하느님의 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그 소녀는 웃었다.
.
.
.

헤어지는 날 첫키스를 하였다.
왠지 불안했다.

6일
그 소녀에게 편지를 쓴다.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고 가장 소중하며...
종이를 찢는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소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내 마음을 보여 줄수 있는 글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새로 산 반지를 만지고 있었다.
그 " 작고 예쁜손"에 또 다른 추억을 주고 싶었다.
창밖에는 구슬비가 오고 있다.

7일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이 있다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또한 소중한 것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면
나는 부정할 것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도, 소중한 것도 없다.
사랑도 없다.
오늘 나는 그 소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너를 만나서 고마웠고 나에게 주었던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
.
.
그리고 한 장의 사진!
그 사진 속 소녀는 너무나 아름다워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너무나 거룩하고이 세상 어는 여인보다 "작고 예쁜손"을 가진 그 소녀는
"수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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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여자는 울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그리고 또 재잘거린다.
시간이 얼마쯤 흘러 조용히 내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그 여자를 보았다.
머리에서 사과향기가 난다.
과연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을까?
아직도 어린 아이같고 소녀같은 이 여자를..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 여자가 내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도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 여자도 "작고 예쁜손"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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