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골초는 아니오.
하루 반 갑 정도......
집안에서 절대 안 피우고
담배값 따로 받지도 않고......
담배로 인해 당신 속썩인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당신 왜 갑자기
담배를 끊으라는 거요?

담배가 몸에 나쁜거야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러나 그동안 묵인하던 일을
갑자기 그러느냔 말이오.
줄이다가 끊는 거라면
어찌해보겠지만
양복 주머니에 있는 담배까지
몽땅 빼앗가 가면 난 어쩌란 말이오.

그날 밤
식후연초를 하지 못한 나는
눈오는 날 똥개마냥
안절부절...... 이방 저방을 오가며
안정할 수가 없었소.
당신은 그런 내 모습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TV만 보고 있었소.
마지막으로 한대만 피우자고 졸라봐야
'담배하나 끊지 못하니까
밖에서도 인정 못 받고
사는 게 요모양 요꼴이지......'하는
잔소리가 벌써 귀에 쩌렁쩌렁하오.

그날 따라 왜
심부름도 안 시키는지.
밖에 뉘 집 쓰레기통이라도 뒤져
꽁초라도 피웠으면 좋겠건만......

난 그날 밤.
당신 잠든 틈을 타
당신이 압수한
그 담배갑에서 한 개비를 훔쳐
몰래 밖으로 나가
그렇게도 그리운 담배 맛을 만끽했소.
후우 -
이 행복......

그러나,
다음날 아침.
담배 한 개비가 없어졌다며
생난리 치는 당신의
고문에 이기지 못한 나는
이실직고 말았고,
일주일치 점심값 중단이라는
경량이 주어지고 말았소.
여보,
당신 밥 줄이라면 줄이겠소??
내겐 담배가 그래.
좀 봐줄 수 없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