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차령산맥 남쪽
본시 역적이많이 났다는
전라도 반역의 땅
개뻘에 고기 잡고
개땅에 농사 지은
그래서 그 이름 개땅쇠

죄없는 춘향의 손에
쇠고랑 채운 변 사또
서울 나리들 시중 들다
그날의 엽전들 피똥을 쌌겄다

그래서 얼굴 고운 춘향은
이 나라의 새 희망
이몽룡의 마패가
이 나라의 꿈이지요

요긴할 때 써먹으려
아껴놓은 개땅쇠
그래도 이 나라
마지막 희망은 깨땅쇠여

별의별 흉허물
온갖 죄명 둘러쓰고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막장까지 와버렸던 개땅쇠 !
오늘은 쇠고랑 풀려 옥문을 나선다

올 봄에도 버들가지는
갯가에 실실이 휘늘어져
잃었던 어깨춤 일깨우고
다시 돌아온 손길을
개땅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녹슬은 농기구 챙겨들고
묵은 밭 갈아엎어
척박한 황토땅에
농자천하지대본
녹두장군의 그 마음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