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에서
얼굴만 신문지로 가리고
잠자다 일어나 사내는
나이 사십에
가출을 하였다.

배운 것도 없고
뚜렷한 기술도 없는데
자꾸만 커가는 자식들과
앙칼진 마누라 등살에
견디다 못해 훌쩍 떠나왔다.

세상살이란 등 기댈 데가 있어야
살맛이 나는 법인데
아비를 보면 돈으로 보이니
무능한 사내는
자꾸만 무거워지던 어깨가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가장 왕성할 사내나이 사십이
도리어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만 같아
정박할 수 없는 자신을
내팽개치고 말았다.

선잠이 깨어 식욕을 느낀
나이 사십에 가출한 사내는
꼿꼿한 어깨를 자랑하는 빌딩 숲 사이로
무너져내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하루의 구걸을 하러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