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
그리고 또 한 나무
눈에 보이는 가지마다에
쌓이는 달빛으로
길을 걸어 마을에 이르고
사람들이 잠든 거리를
고양이걸음으로 걸어가
끝없는 유대를 살피고
멀리 번쩍이는 영산강보다도 빛나고
그리운 아픔 우리 마음을 잡아끄는 아픔이여
각자가 각자의 아픔을 버리고
두려움을 버리고 온갖 사념이 일어나
춤줄지라도 물결 소리 드높을지라도
이제는 떠나세 강을 건너세
검은 산 아래
푸른 보리밭
그 아래 빈 집
그대는 죽었고
죽어서 돌아오지 못했지
흘러가는 영산강이여
그대도 가면 오지 못하리
비배새들이 젖은 나래로
날아가는 하늘에서 우리도
가면 오지 못하리 그리움이
남아서 빈 가지에 출렁거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