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파르스름한 눈물이
그의 본질이어야 했다

햇빛과 달빛의
특혜 속에
가까스로 계실 뿐일 인생들......

물귀신처럼 초저녁 잠이 밀려들자
꿈은 거추장스러웠다
잠이 곧 꿈인 나라에서
꿈이 도리어 잠인 시간으로
멀리도 쫓겨왔구나
어쩌다 밤도 쫓기며
살게 되었는가

그날 밤도 달뜬
시퍼런 쇠스랑 겨울밤이었는데
빛으로 스며들지 못한 태아는
결국 자궁에 묻히게 되었다
막 안에 연막이 자욱했다

증조모가 숨을 거두자
파발을 띄워야 했다
안방에서 숨 넘어가는 소리를
도장에서 들었다
두 귀가 소경이 되었다
어둠은 그 겨울밤을 늦게까지 붙잡았다

영문도 모른 채 뒤쫓아 나왔을 땐
부모 돈벌러 떠난 후였다
그때 몇 살이었을까
다섯, 여섯......
동해가 파도 곁에 있었을 뿐
하늘이 공중에 매달려
텅, 텅, 텅,
텅 빈 들판을 메웠다

그는,
여명에 맡겨진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