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너에게 줄 터이니
잘 간직했다가 유용하게 사용토록 하라
숙취나 주사에는 소화제가 좋고
몸살 감기에는 진통제가 잘 듣는다
변비를 오래 앓다 보면
측간에서 한 세상 건질지 모를 일
부디 선을 넘지 마라
경험이 많으면 이른 나이에 단장이 필요하고
밤길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보면
인생이 별 볼일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렇게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치 않다
부디 지혜나 지성의 노예가 되지 마라
평생 제 몸 하나 닦아 담을 그릇이라면
비록 독방에 갇혀
참회를 강요당하는 위치에 있다 할지라도
잘만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면
아직 유용한 이 사람을 너에게 줄 터이니
잘 간직했다가
차례상 이쑤시개로 올리건 측간 밑 닦이로 사용하건
그건 네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