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통째로 삼킨 꽃이 있지요.
낙지발이 구불텅 식도를 타고 흘렀어요 나는 병 안에 에덴동산을 만들었어요 천 개의 강을 거느린 노아의 방주, 울렁이는 섬그늘 눕혔다, 세웠다, 꽃가지 휘어진 사과나무 뿌연 허벅지 아래, 사향 주머니 혀 밑에 감춘, 구렁이도 몇 마리 풀어놓았지요
신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비밀들은 시들지 않아, 연금술사, 달빛 퍼마신 구렁이 아담과 이브를 낳고, 귀 가려운 유리새 젖 물리는 분홍 구름, 배꼽 가린 아담과 이브 사과나무 아래 누워 피리를 불고, 사향처럼 파고든 구렁이 내 안에 부푼 사과알들은 터뜨렸어요

나를 꿀꺽 삼킨 꽃이 있지요.
금단의 열매 속으로 들어간 꼬리 잘린 춘몽, 천 개의 강물을 마시고도 감청빛 입술이 떨려와요 오,오,오,오,
바늘처럼 돋아난 희디흰 내 발가락들, 터진 유리벽에 갇혀 하프를 뜯어요 죽은 햇빛의 웅덩이에 내 영혼을 심어놓고 흙빛 쌈지로 묶어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두더지 같은 구렁이가 엽서를 띄워요, 치아 곱게 가린 엽서가 은팔찌를 끼고 날아가요 이브여, 나를 꿀꺽 넘겨주오, 립스틱 빨갛게 칠하고, 해가 은팔찌 사과 속으로 숨어들어요 눈썹 지운 바람이 문을 열어젖혀요 덜커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