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어느 외진 섬이라도 괜찮지
자갈 쓸리는 바다 기슭이나 검바위, 긴 모래밭인들 어때
점점 뚱뚱해지는 낡고 해진 자루 이끌고 와 어쩌다
굼뜨게 뒤척이기도 하면서
일었다 스러지는 파도처럼
거기에서 나와 거기로 돌아가는 길, 잠시
파도 소리에 두 귀 활짝 열어두고
볕이나 좀 쪼이다 가게나
석얼음 떠다니는 북극해 이제껏 떠돌았느니
신천웅들의 날개 그늘 베링해협을 가로지를 때
무리에서 뒤처져
늙은 바다사자, 수은빛 눈망울에 해당화 몇 송이 비쳐들어도 좋겠네
해질녘 유령멍게들 알 낳는 울음소리 붉게 번질 때
펼쳐진 악보처럼 바다가 묵직하게 일렁일 때
커다란 눈 두어 번 꿈벅이다 가물가물 그렇게
눈시울 감겨도 좋으리
머나먼 해연으로부터 수만 가닥 실처럼 휘감아오는
해초들의 노래에 저를 내어주고
노을과 파도로 짠 해먹에 뉘여 흔들려도
언제까지나 흔들려도 좋겠네
물결에 떠밀려온 폐선들과 오오래 닳아 빛나는 백골들이
해변의 묘지를 장식해주지 않겠는가
그마저도 이윽고 삭아 파도 소리만 드높을 때
이미 스미고 없을 그대, 아득한
참으로 그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