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뻗고 눕는다
아무런 약속도 없고, 해야할 일도 없는 좋은 날
방 한가운데 떡하니 큰대자로 눕는다
나야 뭐 그리 큰 잘못한 것도 없으니
발 못 뻗을 까닭이 없지
발을 쭉 뻗고 누우니
세상 부러운 게 없구나
발에 꼭 맞는 튼튼한 신발이나 한 켤레 있으면
이놈의 사람살이 그런대로 살만한데
내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한 놈들은
문을 꼭꼭 걸어 닫고
오늘도 꾸부린 채 잠을 자겠지
흉흉한 꿈에 밤새 시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