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빈틈없이 젖어 있다
후여후여 백로가 날아오르자
젖은 공기들이 두어 뼘씩 물러났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모발 습도계처럼 가느다란 공기의 현들이 떨린다
귀청이 청명해진다
배경으로 물러나 있던 산이
산의 전모를 되찾는다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귀로 한눈을 판다
낚싯대는 내 눈이 아니고 내 손이다
비가 오자 저수지의 속사정이 시끄러워진다
참빗으로 빗어내리듯 여름을 훑고 내려온
빗방울들이 수면에다 파파파파
수천 수만의 나팔꽃 피워내는 소리를 낸다
멀리 가 있던 먼 곳을 불러오는
연한 촉발ㅡ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내 몸이 전부 귀다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