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나간 책은 오늘도 빤하다 청소부가 된
성자하고 세상은 넓고 땅도 모자란다 월간여성지와
가계부 실전모의고사문제집 그리고 책방에
딸린 담배 가게에서 나갈 팔팔 스무나문 갑 참교육한다고
밀려난 강선생은 몸담았던 학교를 떠날 수
없다며 학교 발꿈치에 세 평 남짓한 가게를
얻었던 것인데 지나보니 책도 상품으로만 보이니
여차하다간 날마다 소주잔이다 서문이 나쁜 책
어디 있느냐? 책과 독자는 알과 새의 사이이지만
너희들 품에 안겨줄 책 많지 않구나 올해도
고향 부모님께는 다녀오지 못했다 그 벌판
너무 넓기만 했겠다 밤무대에서 나팔을 부는
동생 발길도 뜸하다 자율학습 불빛 운동장까지
밝히고 있다 강선생은 백묵 만지던 오른쪽
세 손가락이 근질거리는지 두 손을 비빈다
생각과 삶을 그리고 그닥 그립지 않은 내일을
비벼댄다 요즘도 지각하는 꿈자리 한낮까지
어른거리고,
책마을 책방에 불이 꺼지고 책들은 밤새
겉표지 밖으로 나돌아다녔다 추운 별들이 소리
내며 어둔 세상을 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