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에서 틱낫한 스님을 만났습니다
새소리가 숲을 가득 채운 봄날이었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님은 걸었습니다
자두마을에서부터 스님을 따라온 다른 스님들 또한 천천히 걸었습니다
나도 스님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웃지 마세요. 조금 힘들었답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또 아주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그렇게 걷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계곡 물소리를 따라 걷습니다
자두마을에서 한 소년이 스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 스님, 나는 종소리를 잘 듣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나요?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사랑스런 아이야, 종소리와 친구가 되렴

어느 순간
새로 핀 꽃들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바람은 부드럽고, 나뭇잎들은 살랑살랑 춤을 추고
햇살들이 바람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모습도 보이는군요
만상이 내 곁으로 다가와 친구가 되는 느낌이 슬몃 일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들의 삶이
분초를 다투는 아주 급박하고 삭막한 풍경이 되었을까요
좀더 느릿느릿 숨쉬고, 좀더 느릿느릿 걷고
좀더 느릿느릿 꿈꿀때… 우리 곁의 욕망도 이기심도 전쟁의 광풍도
다 스러질 수 있음을 생각해봅니다
눈앞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스님과 스님의 친구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