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그리는 야광충처럼 날아들지만 그대는
숨길 수 없다 만월의 은빛 세공에 다듬어지듯
미끈한 몸의 율동과
입김에 녹는 아이스크림 살갗을

짐짓 가벼운 웃음
순진한 어린애의 보채는 울음으로
숨기려 한다 그대의 적나라함과
온 낮벌들 잉잉대던 두 가슴의 항아리
심장을 헤엄치는 물고기 퍼덕대는 혀와
내 목소리를 잠그던 그 입술을

그러나 숨길 수 없다 그대의
숨 넘어가는 아가미
더듬이 초록빛 배추 벌레의 눈동자
작살에 찔려 버둥대는 물고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만조의 파도를

언제라도 우리들이 이끼 낀 동굴로 돌아갈 수 있다
그대와 나의 동물성을 숨기지 않는다면
서로의 깊은 내음을 맡으며 자유롭게
진지한 각자의 일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