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은 치밀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음흉하다
산 자는 말이 없고 죽은 자의 유지는 지속된다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인지라
나는 언제쯤 돌 보기를 황금같이 할까.
머리는 난전을 뒹굴며 귀동냥 눈칫밥을 구하는 동안
허탈과 해탈의 차이는 무엇인지
단박에 삶의 비밀을 벗어버린 조사여
한가함과 무료함의 차별에는 무슨 방편이 있는지?
공사중인 인도를 한가하게 걸어오는 맹인
농아들의 소란한 대화는 언제쯤 개선될 것인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조금 크거나 조금 작은 이 세계에서 한 발 물러나
바위 속에 얼굴 묻고 20년쯤 자다 일어나면 좋겠다
악몽을 빠져 나온 인질처럼
맹목적인 얼굴을 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아버리고 들을 수 없는 것도 들어버렸으니
피로밖에 나눌 것 없는 육체인지라
누군가가 정성껏 제사상이라도 준비한 다음
자살을 제의한다면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서 자연사할 자신 있는가?
그럴 자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