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보았지
키 낮은 토담장 그 아래
능주 이모네집 마당 어귀에서

내가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다순 웃음 조용히 머금고 있던
붉은 맨드라미를

나는 또 문득 보았지
샛골 새푸른 풀콩밭 지나 거기
할머니 잠드신 무덤가 양지녘에서

바람 불면 그와 함께
갈 깊으면 세월과 함께
소리없이 지고피던 산국화를

분 바르지 않은 얼굴로
속으로만 제 자신을 다둑여
모양새 화려하지 않고

조국의 하늘 같은
문 밖에 서계시는 내 어머니 같은
맨드라미 산국화를 나는 보았지

나의 사람도 그와 같아서
향기 함부로 뽐내지 않고
사람들 눈에 얼른 뜨이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