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날 꽃밭에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모종들을 옮겨 심었다 어떻게 자랄까
바람 속에 머리를 감고
우리는 잠이 들었다

아아 미치겠어 이상한
수상한 공기로 가득 차 있어 우리들은
순장 당했어 외치며 떠났던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그 사람들은 잊혀졌고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
연속극 왕비열전은 피를 뿌리고 있다
실록은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장안의
여염집 기생은 왕궁을 향한다

재벌의 자식은 여행용 지도를 따라
차를 몰고 있다 텐트가 쳐지고
빈병이 뒹굴고 수박은 속살을 드러내고
그들의 지루한 오후 위로
파리들의 윙윙거림이 떠돌고

그래 이젠 그만 떠돌아야지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채송화도
봉숭화도) 꽃밭의 꽃들을 누가 이렇게
자꾸 시들고 있어요 이상해요 아빠
빈혈로 흔들리는 한낮이에요
이삿짐 풀기도 전에 둥둥
떠가고 있어요 우리들 잔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