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어느 기차닿는 역 입구에서
시린 발 동동 구르며
아직 기다리고 있을 그대
갈길 보이지 않는 밤차창을 닦으며
멎는 역사마다 졸린 잠 부벼
서성이는 뒷모습 유심히 보아도
한눈에 담박 알아챌 것 같던 예감조차
스쳐 지나간 하행열차로 지워 없어지고
멀리 가물대는 불빛 하나 향해 기차는
새벽 바람 무너뜨리며 또 달리는구나
어느 곳 그대는 있으리라
새날 다 밝기 전 미명 속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술렁이는
이웃들 머리 위 선명한 기적을 그으며
뒷차 보내기 위해 잠시 멈춘 시골정거장
키 큰 외등 아래 그대 아직
서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