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 물 흐르는 곳에 앉아 부르던
너의 노래 고운 노래는 참 좋았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모여들어
맞은편 양림교 위를 지나는 차량들이
다리 아래로 젖은 불빛 출렁이며 흐를 때
너는 그 위로 풀잎 같은 목소리를 실어 보냈지

살아가는 게 힘들어도 시들지 않는 꽃처럼
하얗게 하얗게 웃던 네가 나는 좋았다
내게 오빠라고 부르는 게 아직은 부끄러워
때때로 아저씨라는 말이 튀어나올 적마다
볼 붉히던 너는 스무 살 앳된 아가씨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돕느라 적은 월급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요일마저 빼앗긴 채
회사엘 다니는 너를 보면 오빠는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힘이 나는구나

광주천변 무성히 늘어진 수양버들을 따라
밤 늦도록 너와 걸을 때가 나는 좋았다
네 작은 손이 가리키는 대로 하늘을 보거나
검은 구름 사이로 얼굴 내민 달을 보면서도
오빠는 너를 보는 기쁨에 더욱 즐거웠단다
길가에 세워진 포장마차에서도
저 붉은 벽돌 건물에서도
파도치듯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도
언뜻언뜻 우리들의 아픈 상처가 보였지만

그러나
이 거리가 다시금 활력에 넘치고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네가 열심히 일하므로
오빠는 지금 커다란 희망에 싸여 있단다
옛 추억이 살아 숨쉬는 낯익은 거리
지난날 우리들의 꿈과 사랑이 부서지며
형제들과 함께 노을로 불꽃으로 타오르던 거리
그래, 이 거리에 또다시 소낙비 내리고
때아닌 눈보라가 매섭게 휘몰아쳐도
이제는 따뜻하게 서로를 끌어안으며
결코 쓰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구나

너와 함께라면, 오빠의 용감한
형제들과 함께라면 찬바람 잉잉대는
황무지라도 금방 옥토로 만들 확신이 서는구나
먹구름이 자꾸만 모여드는 밤거리에서
웃으며 손을 맞잡던 그리도 사랑스런
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