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도록 편지를 써서
어제와 별다름없이
소년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정중하게 당신 앞으로 부쳤습니다

어쩌면 나의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은
다만, 당신을 향해
안타깝게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루하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당신 곁으로

당신에게 보냈던 나의 편지는
부족할 수밖에 없어 언제나
부치고 돌아서서 남아 있는 그 아쉬움으로
다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더럽혀진 세월이 흐른 지금도
틈만 나면 당신은
나의 영혼을 턱없이 간섭하고
오래도록 나의 방황을 지칠 줄 모르게 합니다
그럴 땐 차라리 당신과 함께
그 자리에서 그럴듯하게 절망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보냈던 창백한 내 영혼의 속살을
그 속쓰리던 나의 의문문을
이제는 제발 당신이 당신의 침묵을 저버리고
대답하라, 다만 당신으로 하여금
지워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