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가 들어주던 거문고 소리처럼
모녀의 울음소리 들어줄 순 없는가
아니다 내가 뜯는 거문고는 나의 비애요
그가 듣는 거문고는 그의 희락이니
그것을 탓하여 무엇하리
내 뜻에 네 뜻을 맞추려다 허물어진 누각
내 안에 그런 누각은 세우지 말자
하지만 한번만이라도
모녀의 절규를 들어줄 순 없는가
이 뼈아픈 넋두리도 그만 두자
육포를 뜯듯 내 비통을 뜯는 술잔 밑에서
그런 식의 기대를 거문고에 걸지 말자
내 생애의 빚을 세월에 치르는 몸값인 걸
고독한 욕정에 더운 살肉을 안겨준 것만도
잊지 못할 은혜인데
기뻐하던 그 얼굴 죽을 때까지 간직해야지
나는 울지라도 서 있는 거문고처럼
속으로 울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