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는 눈이요 귀요 심금이니
술대*가 닳고 닳아 대쪽에서 핏발이 설 때
비로소 설움을 잊을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시던 외할머니
미래가 없는 자의 등불은
오직 현금玄禁 뿐이라고
뼈에다 새겨주시던 말

너의 살이 오동나무 살 되어야 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물줄기가
계곡을 거슬러 다시 절벽으로 돌아가는
기세가 진짜라며
모든 비분을 삼켰다 거문고로 흘려보내는
그 길밖에 없으니 밤낮을 가리지 말고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 한다

어두운 세상 헤쳐온 길이 바로 그 길인 걸
그건 너의 목청에도
시문詩文에도 해당되는 것이니

기예技藝를 다듬고 다듬어
산속의 사나운 짐승까지 현금으로 재워야……
나 때문에 네가 험한 길 가는구나


* 술대 : 거문고를 타는데 쓰는 대竹로 끝을 뾰족하게 후린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