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일어나
거울 속에서 나를 확인한다
밤새 더부룩이 자란 수염
까칠한 뺨과 턱
흉하게 자란 코 터럭까지
비누 거품을 벅벅 칠하여
날 선 면도날로 밀어간다
하나씩 잘리어 나가는 나의 수염
그 밑뿌리에서부터
수염은 새벽마다 비명을 지른다
깨끗이 깨끗이
잔 터럭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나는 토벌대의 잔혹처럼 자신만만하다
쓱싹 쓱싹
집행자의 긴장을 스쳐 가는
분주한 새벽의 고요가
내 면도날 끝에서 하나씩 쓰러져 간다
비누 거품 속에서
다시 확인하는 나의 새벽
날 선 면도날 끝에서
지난밤의 불면도 쓱싹 밀어버린다
밀어도 밀어도 다시 돋아나는
108 번뇌도 깡그리 밀어버린다
황홀한 외로움
따끔한 아픔
간절한 그리움까지
오늘 아침 비누거품 속에서
말끔히 밀리어 간다
거울 속에서 확인하는
타인 같은 나를 보며
잡초 무성한 초원도 밀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