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둠은 나를 집어 삼키고
달빛마저 집어 삼킨
무섭도록 캄캄한 밤 이었다
그대를 보내던 날
항로를 잃어버린 연락선처럼
갈 곳을 잃어버렸고
무거운 하늘은 내려앉아
울부짖다
앞을 집작하지도 못할
쉴새없는 비를 내리더구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지만
남아 있어야 하는 나에게는
쓰라리고 아픈 기억뿐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숱한 기억에서 나를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까

절대로 비우지 못할 추억으로
견딜 수 없는 밤을 살아야하고
흐르는 강물에다
나를 던져 넣어도
깨끗하게 씻어 낼 수 없는 상처
세월을 건너 뛸 수 있다면
아무리 거세게 흘러가는
강물이라 해도 건너가고 싶구나
보냈다 해야 하는 것인가
떠나갔다 해야 하는 것일까
어느 것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가을은 깊어간다
사연 새긴 잎새들이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 가는데
늘 푸르게 살아 가리라던 그 약속은
빨간 낙엽으로 떨어지고
가지를 스치는 바람은
소리 내어 운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대 모습은
가을밤을 떠다니는 달빛처럼
온몸을 비추고 있어
헤어지자는 말은 내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랜 약속이었지만
이별이었구나
차마 돌아서 올 용기가 없어
그대 떠나간 길 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던 나를
그대 기억이나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