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고 싶다는 그 아이는
손대신 발가락 움직여 글 쓴다.
내가 철길에 앉아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들까 말까 망설이는 그 사이
어머니 등에 업혀 개근했던
또 다른 한 아이는
졸업을 코앞에 둔 채 세상과 이별했다.
꼬부라진 허리, 낙타처럼 등짐 지고
한 묶음 파지를 노끈에 묶어 끌고 가는
팔순의 저 노인은 건너야 할 사막은 어디까진가.
한 조각 빵을 위해
아프리카 소녀들이 몸 팔고 있을 그 사이
검푸른 곰팡이가 세입자처럼
젖은 몸뚱이 끌고 쪽방에 입주하는 그 사이
인생이여 고맙습니다.
마이크 붙잡아 인어공주처럼 노래하며
고무로 된 하체 끌어 바닥을 기어가는
거리의 저 걸인은 누구를 향해 고개 숙이나.
모든 결핍된 것들은 저마다 생명으로 가득하니
쪽방에게, 풀잎에게, 가버린 열차에게
내가 버리려 했던 세상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세상이 있는 것은 다 세상이 아니고
세상에 없는 것 또한 세상이 아니니
세상의 몸속에는 가시가 있어
나는 그 가시를 다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