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여름은
고독한 해변에서
프로리다를 떠나버렸다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던
가지 무성한 참나무들은
열매와 이파리를 빼앗긴 채
그 해 겨울 온종일 하늘은 울었다

영화 속에서만 본
먼 이국의 해안을 꿈꾸는 소년은
새벽마다 배설을 참으며
그 방광 속으로
밀물이 밀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S누나의 허벅지는 사뭇 희었지
엽차를 꼴깍 마시는
그 빨간 입술 속에서
우리들의 프로리다는
헛구역질을 해대며 추억을 죽였지

아, 프로리다는 얼마나 먼가
먼 지도 속으로 더듬어 가는 밤마다
S누나의 치마 그늘 밑에서
프리웨이가 끝나고
소년은 새벽마다 오줌을 참으며
물 빠진 뻘밭처럼 길게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