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날마다
무언가 팔고 산다
팔 물건이 없으면 마음까지라도
조금씩 떼어내어 헐값으로 팔고 산다

신문 지면에도
책표지에도
이름과 얼굴을 파는 사람들
나를 사 가시오. 나를 사 가시오
덤핑 시대의 광고가 요란하다

나는 미남이다
나는 말도 잘 한다
나는 말도 잘 한다
그뿐만 아니라
둔갑술도 할 줄 안다
사기도 칠 줄 안다
적당한 표정, 적당한 연기,
제발 나를 사 가시오. 내게 가격을 매겨 주시오.
라디오에 TV에
자기 광고 소리 요란하다

오늘도 뉘엿뉘엿 해는 지는데
떨이 엿장수는 목이 쉬도록 외치는데

무수한 장사꾼들의 틈에 끼어
나도 목이 쉬도록 외쳐 본다
아직도 나를 사갈 사람이 없는가
아직도 내가 팔려갈 데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