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겐 성당에 가는 주일
아이들에겐 놀러가는 휴일
내게는 집 지키는 공일
또 초기 관절염이 오고

금년 가을은 만 예순 다섯 살이 되는 해
추억도 절뚝거리며 절름발이로 오고
늙기도 서럽거든
정년 앞둔 내 자리 노리는 자가 많고

마지막 태풍이 물러간 날
가을은 대추나무 가지에 목을 매달고
어느 파산한 가장의 집단 자살이 전해지고
나는 절뚝거리며 새벽 산책을 나간다

보험금 타려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이야기가
이제는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한 아버지로 바뀌고
나는 이 가을 무릎 뼈 사이 인대가 늘어나고

아들 딸 다 커버려 손가락 자를 일도 없지만
이 가을 또 후두가 치고 가슴이 답답하고
신문을 펼치면 온통 세상이 막가는 것 같다

울지 말아, 울지 말아,
어디선가
한물 간 무명가수가 흘러간 노래에 목을 매는데
오늘 아침에도 칸트 영감은
잎 지는 도토리 나무 밑에서
그 구부정한 허리로

풀 죽은 풀여치 소리를
엿듣고 있을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