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침묵의 편지를 적어야 겠다
말 없는 그리움이
소리 없이 다가온 그 계절의
핏빛 사랑을 기억해 내
침묵하고 있던 감정을 헝클어
가슴은 마른 갈잎으로 바싹 타들고
노을은 마지막 남은 단풍잎을
빠르게 물들이더니
가을 찬바람은 하늘을 가로지르다
폐부를 뚫고 지나가는데도
아픔을 느낄 수가 없다
언젠가 바람 편에 띄워 보낸
그리움의 연서는
아직도 주인을 만나지 못해
어느 한적한 산골짜기
낙엽으로 머문다

낮은 곳으로 흐르다
사라진 물처럼
줏어 담을 수 없는 추억
알면서 기다리는 심사는 무엇인가
화려하게 보이지만
까맣게 타들어가는 숯불처럼
기억하나 남은 것 없을 때
그대 내 앞에 서게 될까
그리움은 날마다 자라나
고목으로 커 가는데
침묵의 밤은 다가오고
또다시 방안 가득 어질러진
기다리는 내 슬픈 눈물을 아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