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날려 보내고 싶은 기억이 있다
이른 아침 바라보는 하늘에
강물처럼 흘러가는 구름 위에
기억하나
실어 보내 버리고 싶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늘 따라 다니는 그림자 하나
노을 삼킨 어둠에 묻어 버리고
산 그림자 안으로 숨어들고 싶다
한 순간을 뛰어 넘어서는
살 수 없는 인생 여정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어쩌지 못한 기억
말없는 무덤 속에 묻어두면 잊어질까

습관처럼 아침마다
눈을 뜨듯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기억하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이미 나의 존재 가치를
상실한 지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면서
언제까지
기억하나에 울어야 하는가
다시는 역행 할 수 없는
모진 삶의 순리를
벗어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에다 나를 맡기고
새로운 길을 다시 걸어 보고 싶다
이미 지나 버린 것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물
고목을 스친 바람이
머물 곳 없듯이…

비로 내린 구름이 사라지듯이
깨끗한 마음이고 싶다
내가 싫어진 날
목소리마저 움추러들었고
숨소리마저 잠재우고 싶던 날
난 꿈길에서 헤맨 나그네였다
푸른 나무가 되기까지
부풀던 희망이 퇴색되어
누렇게 변해가는 지금
나에게 희망은 절망 이었다
헛되이 보낸 기억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물들어 가면서도
떠나가 버린 시간 속을
배회하는 나
다 내어주고 새것에 적응하면서
다시 뛰는 내 심장의
힘찬 고동 소리를 듣고 싶다

빈 가지를 스치며 울어대는
바람소리를 멈추게 하고 싶다
나의 울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