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휴전선 부근
버섯 따던 농부가
남파 무장간첩으로 오인 사살되었다

간첩이 죽으면
북쪽에선 영웅 칭호가 주어지고
국군이 죽으면
남쪽에선 애국전사 국립묘지에 묻히지만
농부가 죽으면
출입통제에 불응한 사고사
오인 사격 그 시비도 가려지지 않는다

버섯과 간첩은
무슨 상관 관계가 있을까

그날 버섯 따던 농부의 죽음은
시야를 가린 곱게 물든 단풍잎 때문이고
때마침 초가을 부드러운 비단 안개 탓이었을까

머슴 의심하여 배를 땄더니
닭다리 대신 버섯 대가리가 나왔것다!
버섯국 먹고 죽은 머슴의 뱃속에서
닭다리가 나와야하는 슬픈 역사
이 아침 밥상에 오른 버섯국 속에서도
38선이 두 눈을 빠끔히 뜨고 있네

때마침 시월 달 한반도
절경의 내설악 눈분신 단풍 핏빛으로 타는데
적이 된 간첩도
소탕전 국군도
죄 없는 민간인도
두 눈 가득 고웁게 가을빛 물드네

금수강산 단풍만 아름답게 타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