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릴 적
내 고향에는
맘씨 고운 도깨비가 살고 있었다

으스름 달밤이면
팽나무 줄지어선 강둑에 나와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며
그 으시시한 춤 솜씨를 보여주었다

가슴 조바심거리며
언덕 아래 숨어서
그 도깨비 춤 엿보는 우리들은
초롱한 눈망울 두려움과 기대로 휘둥그레졌다

듣는 얘기론
한밤중에 몰래 찾아와
착한 효자에게 도깨비 방망이 금덩이도 주고 가고
술 취해 오는 장꾼 아저씨 붙잡고
밤새도록 씨름을 겨룬다던 그 장난꾸러기 도깨비
지금은 그 도깨비들 어디에 꽁꽁 숨었을까

또드랑 방망이도 금덩이도
왼다리 떠 도깨비 이긴
맘씨 고운 아저씨도 어디로 갔을까

50년 저어쪽 - 호롱불 사라진 뒤
그가 나오던 옛터에 가보면
온천 개발지구 휴양지로 지정
맘씨 고운 도깨비 간 곳 없고
지금은 우람히 들어선 러브호텔
눈부신 네온사인만 으리으리 사람들의 혼을 뺀다

호롱불 사라지고 전기가 들어온 뒤
이마에 뿔난 부르도자 으르렁거리고
TV속에 사람 넋 빼는 사람 도깨비
진짜 무서운 도깨비가 춤을 추고 있었다

도깨비야, 도깨비야
너의 또드랑 방망이는 어디로 갔니?
아으, 효자만 찾아온다던
그 옛날 너의 금덩이는 어디로 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