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좀 끄라고 따라 다니면서 스위치 눌러대도
아이들은 들은 척도 안 한다.
저들이 누리는 풍요에 나는 뭘 보탠 것일까.
위성에서 보면 한반도 북쪽은 암흑인데
깜깜한 그 속에서 누가 내게
호롱불 켰다 껐다 신호 보내는 것 같다.
귀뚜라미 소리같이 가느다란 음성으로 누가 내게
절박한 모르스 부호 보내오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신호는
해방된 조국 향해 걸어오던
내 젊은 아버지가 보내던 신호일지 모른다.
만주벌판 가로질러 반도의 남쪽까지
걸어 걸어 내려오던 한 떼의 봉두난발
가랑잎 같은 머리카락 위로 떨어지던 별빛일지 모른다.
역사의 굴곡 속에 얼굴 감춘 채
매국의 자손들이 득세하는 세상
마적 떼 피해 걷던 아버지는 지금 어딜 가고 계실까.
어린 내 뒤를 따라 다니며 스위치 끄던
서른 살 아버지는 지금 어디서
누물 같은 바람소리 듣고 계실까
세상의 막장에서 핵은 터지고
위성에서 내려다보면 불빛 화사한
남쪽은 아무도 스위치를 끄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