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어딘가에 숨어 있던 서늘함이
나의 창가에 아침을 열었다
폐부를 파고드는
가을은
빈 마음 안을 들락거리더니
없던 그리움 하나 만들어
이아침의 비로
내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리움에
자나가버린
아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말없이 흐르는 시간은
강물처럼 유유히 떠내려가고
마음을 비워 내지 못한
여린 가슴은
시린 바람 속을 떠돌다
하얀 백지 위에
나의 일상으로
빼곡히 들어 앉아
누구 하나 읽어줄 이 없는
낙서로 덧칠해 놓고
창가에 부는 바람에
마음을 실어
밤새 뿌린 눈물은
길 위에 앉아 흐르는데
창밖은 아직도 흐린 하늘
내 모습처럼 찡그린 얼굴로
서러운 눈물은
멈출 줄 모른다

이 눈물이 그치고 나면
더욱 깊은 가을로 들어가고
난
다른 계절 앞을 서성일 것이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빗방울에서
붉은 가슴을 찾아보지만
눈물로 메워진 하늘은
어제의 노을 속으로
데려다 주지 않고
오늘이 다 하도록
어떤 그리움 때문에
내가 지쳐 가기를 기다리고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고 싶었던
슬픈 마음을
물위에 내리게 하고
기어이 뜨겁던 여름에서
나를 떼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