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떠나가겠다던 날은
한낮에도
어둠이 내린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하늘이 참으로 파랬지만
시커먼 구름 속에 가린
햇살을 보는 듯
아무 것도 없는
까만 밤이었습니다.
내 삶을 잃어 버렸다고
그렇게
암울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길도 걸어보았지만
그렇게 어둡지 않았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나에게 주어졌던
행복했던 시간도
당신에게서 받은 수많은 사랑도
가식적인 언어가 되어
머리속을 헤집어 놓고
내게 전부였던
당신만 생각하는
바보는 울었습니다
처음 느낀 지독한 서러움
안개 속을 걸어가다 보면
밝은 햇살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떠난다는 그 한마디 때문에
하루 종일 안개 속을
걸어 나오지 못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