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었다고 보느냐
내 죽어 사라지면
넌 서러워하지 않겠지
네가 있어 외롭고
힘들기 보다는
내가 죽어 슬프더라도
고독하지 않겠다
내 너의 마음으로 살아왔다
나에게 네가 무엇인지
만남도 서럽더니
동행도 서러운 길이구나
무엇이 너를 앗아가고
무엇이 나를 잊어 가게 하느냐
바람이 부는구나
미련스럽지만 인내하며
슬퍼도 울지 않던 나뭇잎이
갈바람에 떨고 있다

가슴 안으로 스며들어 오는
진한 고독의 그림자
돌아보니 눈물이고 한숨이다
아직 먼 산에 흰 눈이 없는데
찬바람은 어인 일인가
겨울도 아닌데
땅속까지 얼어버린 대지 위로
찬비가 내린다
어제밤 꿈속에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영혼이 춤추더라
다 벗어버린 몸 그토록 가벼울까
끈질기게 잡고 있던 너
놓고 보니 날아 갈듯 기쁘구나
미련도 욕심도
네가 있어 그랬구나
고독도 내가 만들었고
아픔도 내가 만들었구나

산처럼 쌓아 올린
부와 명예가 그렇게 무거웠던가
보내려니 아깝다만
한줄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이다
막아서는 사람 없고
기다려 줄 사람 없어도
가는 걸음 가벼워 좋구나
양 어깨에 걸쳐 있던
모진 너를 벗어 던지니
난 바람이요 구름이다
내 슬픈 얼굴 네가 만들었고
내 힘든 날도 네가 만들었다
네가 있어야 한다길래
너와의 인연은 끊을 수 없다 길래
너를 만나고 동행해야 했었다
질곡 같은 너를
내 가슴이 내려놓으려니
어쩐지 미련이 남는다

그게 인간의 나약함인가 싶구나
하지만 난
너를 버리고 싶구나
너를 버리고 나를 얻고 싶다
언젠가 너에게서 벗어나
훨훨 날아 보고 싶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너를 두고 떠나련다
너로 인해 즐거웠고
너로 인해 행복했지만
너로 인해 슬픈 가슴도 가졌다
너를 보내기란 어려운 일
하지만 다시는 너에게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이고 싶어
너를 내려 놓는다

구름처럼 흐르고 싶고
바람처럼 흘러가고 싶어
너에게서 나를 떼놓고 싶다
하늘은 높고 산은 아직 푸르지만
변해갈 계절 기다리고 있듯이
나도 그네들처럼 변하고 싶어
너에게서 떠나련다
더 깊은 너의 주름 생기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