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 이즘처럼 앞선 꽃 제치고
           늦꽃들 다퉈 피고 지는 곳에 오니
           이방인임을 느끼네.
불타 : 남들보다 아프게 느끼는 자는 선지자였지.
           앞으로 꽃들에겐
           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있겠네.
예수 : 꽃은 피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고
           질 때를 미리 기다리지 않네.
           열매 맺은 꽃잎이나 안 맺은 꽃잎이나
           같은 모습으로 떨어지네.
           이것이 선생의 공(空)인가?
불타 : 하지만 꽃이 제대로 피었다 지면
           공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예수여, 세상은 살다 보면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
           공이 비공(非空)이고 비공이 공인걸,
           나고, 죽음도, 나지 않음도, 대저 이와 같겠지.
예수 : 허나 불타여, 띠 하나하나는 결국
           하나의 고리가 아니겠는가.
           고리 하나가 선생이면 하나가 나고
           하나는 방금 떨어지는 저 꽃이 아니겠는가.
           저 꽃 사라지면
           고리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겠는가,
           방금 혼신으로 살던 삶의 고리 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