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건반을 폴리니*가 때리니
스피커들이 미리 알고 슬퍼하는구나.
오늘처럼 창밖에 해 떠 있고 끝눈 흩날리는 날
컴퓨터 화면 지우고
오디오도 도중에 잠재우고
벽을 향해 앉아
참선은 무슨 참선
그저 면벅을 하며
창을 통해 벽에 어른대는 눈발을 보리.
이룰 듯 이룰 듯 형상(形象) 채 이루지 않는
지금껏 보여주지 않던 눈발의 얼굴을 보리.

*Maurizio Pollini :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