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20일 새벽 5시 34분 바그다드에 날아든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작된 이라크전은 이제 이라크 무장세력들의 항전과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본격적인 내전 상태로 진입했다. 지난 4년간 1조 2천억 달러를 쏟아 부은 이 전쟁에서 미군 3천 200명이 숨졌으며 이라크 민간인 사상자만 6만 6천에서 6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종파간의 인종청소'를 피해 국내를 떠도는 피난민의 숫자가 180만명, 씨리아와 요르단, 이집트 및 레바논, 이란 등지에 흩어진 이라크 난민들은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및 국외 난민을 합치면 2천 700만 이라크 전체 인구 8명당 1명꼴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약속한 자유가 바로 이런 것입니까?" 씨리아의 국경도시 알 탄프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부르짖었다. 그녀는 공습으로 남편을, 내전으로 사위와 딸과 손녀를 잃었다. 그녀의 어깨에는 폭격 때 입은 파편들이 아직도 박혀 있는데 먹고살 길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다마스쿠스의 한 지하클럽에서 만난 가자 무하메드 가심(18세)은 미군 총에 맞아 숨진 아버지 대신 이라크에 남은 동생 다섯과 어머니의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 소녀가 말했다. "먹고살 수만 있다면 괜찮아요…… 여기엔 저보다 더 어린 열살짜리 소녀도 있어요."
제임스 피어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에서 2차대전 이후 내전 125건의 평균 지속기간이 10년으로 조사됐다며 "비극적이게도, 내전이 더 진행돼야 권력분점이 해법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MBC「W」, 2007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