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기 흔들어 가지 후려치면
사리 쏟아지랴.
내 어릴 적 동화사는 어디 갔나?
눈 속에 피던 그 오동꽃은 어디 있나?
일주문 들어서서 대웅전
산 위에 달뜨도록 기다려도
마당 가득 깔아놓은 대리석 안 밟고 갈 길 없고
산 그림자 눌러버린 통일대불 앞에 서면
나는 문득 통일하고 싶지 않아라.
엄청난 돌덩어리
엄청난 고철의 용맹정진에 기 질려
아무것도 통일하고 싶지 않아라.
산문 밖,
이십 리도 더 밖,
운판도 목어도 들리지 않는 그쯤에서
은행나무 두들겨 쏟아져 나올
노란 사리나 한 됫박 얻어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