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 준 사람 없는데 가을이
청단 홍단 흔들며 고스톱하고 있다.
더 이상 피박 쓸 것 없는 시간이
노숙하는 새처럼 내려앉는다.
기어코 가을은 또 go 하고 말 것이다.
불 끄면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기
노숙하기 싫다고 앵앵거리는 그것들의
착지를 기다리며 나는
꼼짝도 안 하고 잠든 체한다.
가진 것 없어서 피라도 파는
약하디약한 生의 가려운 가계
판돈이 없으니 잃을 것 또한 없는
이번 생은 빚지고 가리라.
흔들어도 피박 뻔한 홍단 아래 묶인 채
털 빠진 소 한 마리 껌벅이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