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밤봇짐 싸고
뼈대만 앙상히 남은 빈집

울가의 살구꽃은
혼자서 봄을 맞는다

보아줄 사람 없어도
한창 아름다운 살구꽃

울타리 너머로 훔쳐보는 나그네만
혼자서 꽃구경 봄은 도둑고양이
서푼에 팔고 간 춘홍 혼자서 서글프다

잘도 핀 살구꽃 고향 버려둔 채
타관살이 쫓겨간 주인들
오늘은 어느 하늘 밑에서
IMF 쓸쓸한 봄을 맞고 있을까

늘어가는 부채
줄어가는 소득

우체부 아저씨 자전거 경적도 흥이 없고
살구꽃 핀 빈집
서울 소식은 까마득히 먼데
뒷동산 멧비둘기만 설리 목을 푼다

IMF IMF,
지집쑥꾹, 자식 쑥꾹

쑥국 먹다 죽은 처자식 그려
옛날의 흉년을 통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