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양순용선생 영전에 드립니다

조선의 꽹과리 소리는
조선인의 혼 깨우는 소리
그 소리 울려 가는 곳에서
왜귀신 양귀신 혼쭐나고
은하계의 별들마저 신명춤 어우러진다

남원땅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하늘의 뜻이 있어
도깨비 거느리고 내린 신선
한 명인의 탯줄 끊으시니
그 울음 만고의 소리로 화하고
깽매 깽매 그 꽹과리 소리
지리산도 더덩실 어깨춤 흥겨웠어라

처녀 가슴 설레이고
총각 어깨 흥겨웁고
도깨비도 귀신도 홀리는 소리
우주의 문을 열고
강산을 가꾸고
사람과 사람의 가슴 넘나들며

한 가락에 두 소리
두 소리 속에 한 마음
소리 속에서 사랑 만들며
소리 속에서 도깨치며
한평생 가시밭길
웃으면서 넘었어라
가난도 고통도 소리로 바꾸어
흥겨운 농악굿! 신명굿!
일체 아니면 전무
예도의 그 한길 외길이었어라

오늘, 굵고 짧고
뜨겁게 산 삶
쉰 다섯 살의 보람찬 생애
그치지 않는 꽹과리 소리로
아쉬운 휴지부 남기시고
오늘은 꽹과리 속에 고이 숨으셨네
북채 속에서 따뜻이 후배와 만나시네

그날의 애기 상쇠
남원골 춘향이 울리던 그 가락
오늘은 제자들 가락 속에 오시어
요놈! 요놈! 하시며 같이 춤추시네
날나리 그 가락 하늘 끝을 날아오르네

소리에 시작하여
소리에서 끝난 삶
막힌 데 뚫고
높은 데 넘고
갈라진 데 합치고
두 소리를 한 소리로
두 마음을 한 마음으로
깽매 깽매 쿵덕 쿵덕
남원골이 좁구나
조선 땅이 좁구나
지리산 넘어 백두산 넘어
지구 끝까지 울려갈
오오, 조선의 가락이여!
영원히 멈추지 않을 우리들의 신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