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순결한 선인의 혼이 바람으로 와서
내 혼탁한 잡몽을 깨우는 날
내 나이 어느덧 耳順임을 알았다

뒤돌아 보면 60평생.
기껏 낡은 시집 몇 권 데불고
온갖 구설과 혐의 속에 오점 투성이
기나긴 방황이 스쳐간 이력서 위엔
다 태우지 못한 사랑만 얼룩이 졌다

어디라 쉴 곳도 기댈 곳도 없는 가시밭길
아직도 갈 길은 먼데
세기말은 쉽게 저물어
피투성이 나의 별은 흔적도 없고
캄캄한 먹어둠만 사방에서 에워싼다

냄새 맡기에 지늘켜 나의 코는 무디어졌고
어둠 속 헤메느라 나의 두 눈도 흐려졌고
성하지 않은 육신, 넉넉지 않은 마음,
나를 안기에도 내 팔은 모자라기만 하구나

악마여, 아직도 내일이 있다고 속삭이지 말라
아끼고 아꼈던 희망, 새벽이 오고 해가 뜬다고
그대 내 귀에 달콤한 입김 불어넣지 말라
이미 절망을 짝해 온 지 오래, 악마여
나는 다시 그대에게 매달려 희망을 흥정하지 않으리라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죄라도 하나 지으라고 누가 속삭였던가
지구 끝날에도 내가 할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
사람 속에 살다 사람 속에 죽어 가는 삶
사람 있어 아름다운 지구여
사람 있어 영원한 낙원 지구여

가자, 가자,
그대와 나 손에 손 맞잡고
죽는 날까지 사람과 더불어 사람이고져!
처음에도 끝에도
나의 노래는 오직 사람 사랑이고져!

악마여, 그대는 지옥 어디쯤
나의 마지막 주소를 예비하였느뇨?
어디라 서로 닮은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너를 따라 이 영혼을 저당 잡히리라
고통과 맞바꾸어 사랑의 승리 다짐하리라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랑 만세!
사람이 사는 삶의 요람 지구의 낙원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