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하고 속삭여 봤다.
많이 늙었네, 하며 돌아오는 소리가
복도 지나 먼지를 털며 걸어 나온다.
낮잠 자다 해거름에 일어나
학교 늦다고 허둥대며 가방 챙겨 뛰쳐나가던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 봤다.
변소에 빠진 아이를 씻어내던 수돗가에
여선생님 닮은 분꽃은 피지 않고
구충제 먹은 듯 아득해지는
옛 길 일으켜 교문 나서면
문방구 건너 이발소, 줄장미 피던 양옥집 지나
삐거덕거리는 나무계단 가파른
적산가옥 한 채 있다.
자전거 타고 멀어지던 아버지 모습이 눈에 밟혀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찾아온 저녁
아랫목에 묻어둔 밥그릇이 딸그락거리고
이불 위에 쪼그리고 앉은 다 늙은 소년 하나
발가락에 묻은 밥풀 떼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