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吉兆여
重興寺도 타고
大華官도 탔더라,
절벽 밑에 큰 돌을 달아놓고
밤낮 바라보아
안목을 길렀더라.
보이누나
유월에 비 내리고 비 내리고
십이월에 긴 눈 내린다.
수월히 살기가 가장 수월쿠나.
너무 수월하매
잠 못 드는 밤이 잦았더라
길조여.
2
無關係여
오고 가는 세월
봄날의 바람소리
늦가을 밤의 짦은 종소리
선조들은
불편하여
자주 강화로 내뺐더라.
눈 덮인 초겨울의 뜰에
그림자처럼 떨며
궁궐 쥐구멍에
햇빛이 드는 것을 보더라.
나이 들어 친구를 몰래 사귀더라.
무관계여.
3
고구마로 빚은 술이
입에 달지 않더라.
몸이 마르면 옷을 줄여 입고
천연스레 여자를 만나서
긴 이야기를 들려주더라.
해탈처럼 쉬운 건 없지
매일밤 해탈에 脫皮까지 하고
아침이면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와 있더라.
매일 난파하는 꿈꾸고 깨어
누룩 뜬 술을 조금씩 마시고 자지.
아침이면 기억에도 확실히
눈부신 해가 매일 뜨더라.
4
이제는 참 사람 없는 해변을 걷기가겁이 나데.
아직 늙지 않은 건
남포 둑 계집이 모두 안다만
어쩌다 죽고 싶어지지 않을까 겁나데.
내 죽음을 아까워들 할 만큼
크게 진 빚도 없으니
주머니에 손이나 찌르고
뭉게구름 피는 아래서
뱃놈들이 싸우는 거나 구경하고
폐선에 웅크리고 앉아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어슬해서 돌아오는 해변 참 겁나데.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지만
바다보다는 내가 먼저 어두워지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