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 멈춘 것들 사이에서
工事場 철주 빔보다 깊이 삭아 멈춘 것들 사이에서
혼자 흘러, 안 보이게
뒤 끊고 좌우 끊고 혼자
숨어 숨어 흐르다보면

늙은 회양목들 길 죄어가는
丹陽, 낯모르는 南漢江 支流에
그는
당도해 흐른다
눈도 귀도 아예 내놓지 않고
覆面으로 엎드려 흐른다.

흐르다 갈라지는 마음 몇 굽이째 돌려 합치며,
혼자 행복하리라고 행세하리라고
기어오르다 쉬임없이 미끄러져내리는,
다 닳은 손톱으로
돌아선 이 사람 저 사람 空間의 등 밀치고 할퀴어
멍도 내비치게 하는 나를
地名도 없이 떠도는 나를
웃으며 돌려 합쳐주며
혼자 흘러 그는

귀때기 때리는 모랫바람
덤덤히 낡은 깃 올려 막고 섰는
담배밭 담배줄기 옆에
모습 드러낸다, 같이 어깨 대고 서기도 한다.
침묵 부수고 더 큰 침묵으로 솟는
永瀑 같은 대머리의
고요
마주보고 선다.

이윽고 아래로 아래로
발과 발, 다리와 다리 서로 부딪치며
몰려내려가, 몰려내려가다
무슨 神바람 만들어 뛰고
솟구치는지
뉘었던 소리, 감추었던 힘,
고요에서
그는 일제히 일으켜 끌고 나온다.
돌밭 나루에
남은 침묵 횃불 잡고 도리깨 들고 달려가던
그 침묵
먼저 떠올라간 저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아 있나.

솟구치기 위해 얼마나 더 낮추어야 하는지.
힘 없는 자갈돌 하나로 누군지
눌러놓은
그의 잇새로 낮아지는 소리
신음처럼 낮아지는 소리
멈춘 것들 사이에서
혼자 흘러
더 낮추고 낮아지기 위해
上東서 丹陽까지 침묵으로
누워 있는 그는
솟구치고 뛰기 위해
얼마나 더 낮추어가야 하는지
연안의 싸리꽃들
섭섭한 생각에 외면한 채 지고 있다.